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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1): 유식불교와 서구심리치료의 통합
기사입력 2021-06-22 오전 10:49:00 | 최종수정 2021-06-22 10:49        
연재(11): 유식불교와 서구심리치료의 통합
-유식 삼성설 모델과 인지행동치료

Ⅲ. 분별 집착의 문헌적 이해
4. 인지행동치료(CBT)와의 통합적 이해

2) 인지치료와 깨달음

사건 ‘자체’보다는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이 삶의 행불행을 결정한다. 무슨 일을 겪었는가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괴로움을 일으킨다는 것은 인지치료(CT)의 가장 중요한 모토이다. 이점은 ‘외계의 대상을 부정하고, 오직 마음만이 존재한다’는 유식 불교의 이념과 상통한다. 사건[依他起性]이 외적인 환경적 촉발요인이라면, 선행요인으로서 과거의 경험에 의지하여 그 사건을 해석하는 언어적 사유작용[遍計所執性]은 바로 유지요인이다.

이점을 공식화시킨 형태가 바로 인지의 ABC 이론이다. 이것은 Aaron T. Beck과 A. Ellis에 의해서 강조된 모델이다. 이것은 장애가 발생하는 과정을 ‘사건-사고-감정’으로 가정하고, 특히 사건에 대한 지각과 해석이 우울과 불안과 같은 감정을 발생시킨다는 관점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사고나 지각의 재구조화를 통해서 감정과 행동의 변화를 시도한다.

ABC에서 A는 ‘Activating Event’의 약어이다. 이것은 촉발요인으로서 외형적인 사건을 말한다. 숲속에서 뱀을 밟은 것이나, 실직했거나, 이혼한 사건으로서 마음이 자극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순간에 우리는 놀람, 비관, 원망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한다. 이것은 감정적인 결과(emotion as a Consequence)로서 C이다.

행동주의 입장에서 보면 자극(S)에 따른 반응(R)으로, 그것은 A-C의 모델이다. 하지만 인지치료는 기계적인 ‘자극반응’의 행동주의를 비판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사고나 신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이 신념체계(Belief System)로서 B가 개입된 A-B-C의 모델이다.

사건,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지각하느냐에 따라서 뒤따르는 감정적인 경험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가정은 초기 인지치료에서 매우 중요시된 치료의 이론이다. 인지치료의 ABC 이론은 유식의 변계소집성/집착을 설명하는데도 역시 유용한 해석틀이 된다.

A는 숲에서 새끼줄을 밟았다는 사실이고, B는 밟은 새끼줄은 뱀이라는 반성 없는 즉각적인 자동사고이고, 그 결과로서 C는 두려움과 공포의 정서이다. 이런 부정적인 정서의 발생은 뱀을 밟았다는 판단이고, 실제로 무엇을 밟았는지 보다는 더욱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뱀에 대한 과거의 경험으로서 ‘선행요인’은 징그럽다는 습관적인 사고작용이 두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찬가지로 실직이나 이혼이란 사건이 그를 비관과 원망의 감정에 휩싸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 결여와 같은 자신(我執)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나 세계와 미래(法執)에 대한 패배적인 가치판단이 중간에 개입된 결과로 본다. 따라서 부정적인 감정과 그에 따른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사건과 그 결과를 중재하는 왜곡된 사고와 신념체계를 발견하여 새롭게 재구조화시키는 방법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이런 관점은 원효(元曉)의 깨달음을 이해할 때도 유용하다. 유학길을 올랐던 원효는 폭우로 길을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그는 바위로 만든 무덤 속으로 비를 피하였다. 원효는 한밤중에 일어나 마신 물은 참으로 목을 적셔주는 달콤함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 물이 해골바가지 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에 혐오와 구토증을 일으켰다.

그런데 문득 원효는 이런 순간에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어제 밤에 마신 물에는 변함이 없다. 변화가 일어났다면 자신의 마음 상태이다. 혐오와 구토증(C)은 물을 마셨다는 촉발사건(A)에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물에 대한 자신의 해석/생각(B)에서 비롯되었음을 통렬하게 자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세계란 외적인 대상이 아니라, 그것은 마음의 현현일 뿐이다[三界唯心]’는 게송을 짓게 된다.

이런 문답의 형태는 달마와 혜가 사이에 있었던, 안심(安心) 문답에서도 발견된다. 혜가가 마음이 불편하다고 달마에게 편안함을 구하였다. 그러자 달마는 ‘불편한 마음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이 문답에서 혜가의 믿음은 불편한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달마의 입장은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그것을 가져와 보라.’는 것이다. 이것은 논박하기의 일종이다. 양자의 차이점은 불편함이 존재한다는 것과 다른 쪽은 불편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에 의해서 쪼개진다. 존재한다면 그것을 가져와 보라는 요구는 사물의 본질을 묻게 됨으로서 불편함이란 현상이 언어적인 분별에 의한 실체시하는 심리적인 고착에 불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런 방법은 바로 인지 치료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방법으로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나, 신념에 대한 ‘논박하기(dispute)’이다. 이것은 질문을 던져서 굳어지고 집착된 감정과 관념에 직면시켜서 그것을 깨뜨린다. 인지치료의 ‘논박’이나 ‘문답’이 왜곡되거나 과장된 비합리적인 자동사고나 신념체계를 수정하거나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교정하는 노력을 한다.

반면에 원효나 달마의 경우에는 생각의 ‘내용’을 교정하기보다는 생각이나 감정 그 자체의 바탕을 관찰하게 한다. 아니면 그것을 존재하는 그대로 여실하게 관찰(如實知見)하도록 돕는 작업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렇다 보니 명상은 감정과 사고를 수정하여 현실 적응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지기보다는 그것을 본래 존재하지 않는 허구임을 ‘자각’하는데 목표를 둔다.

결과적으로 양자는 적용의 방식과 강조점이 다르지만, 언어적인 집착과 분별에 의해서 왜곡시키는 사유작용을 멈추게 하는 점에서 동일한 형태를 보여준다. 다만 불교의 명상상담에서는 현실의 적응의 문제보다는 사물의 본질을 존재하는 그대로 직접 관찰하는 점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인지 치료는 외적 사건의 실재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반면에 유식불교는 사건 그 자체까지도 마음에 의해서 구성된 허구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대상에 대한 집착의 허망성을 폭로하는 점은 같지만, 인지치료와는 달리 명상상담에서는 새로운 인지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사 사고방식이나 신념체계가 바뀐다고 해도 그것은 부가적인 성과이고, 그 자체를 결코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점은 인지치료가 보다 유연한 현실 ‘적응’에 가치를 두는 반면에, 명상상담은 영적‘성장’이나, 깨달음을 지향하는 초월적인 입장을 강조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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