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경스님의 'K-명상과 간화선' 논문을 소개합니다.
요즈음 코로나 위기를 지나면서 사회적 거리를 벗어나 새로운 움직임
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명상이나 불교에서도 종종 ‘K-명상’이니, ‘K-불교’
를 자주 언급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
다. 이것은 분명하게 K-드라마나 K-팝과 같은 한류의 영향이 크게 내부적
으로 작용한 바이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는 해방 이후 지난 80년 동안에
인문사회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들이 외국에서 수입된 문화에 너무나
압도당하면서 지식인들이 자신의 창조적인 활동을 개척하는데 게으름을
피운 결과에 대한 반성적인 경향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는 점이 정확한 원
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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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은 과거의 문헌학에 너무 경도된 경향에서 깨어나면서 현실을
돌아보면서 우리 자신의 불교학을 구축하지 못한 반성이 있고, 심리학의
경우는 외국의 이론을 번역하는데 여전히 급급하거나 외국의 상품을 비
판 없이 현실에 적용하는데 너무나 과도한 노력을 퍼붓는 데 대한 비판적
자각이 있다고 본다.
이런 영향의 결과로 이제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자는
의도 아래, 명상도 이제는 K-명상을 강조하고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
름 아니다고 본다.
그렇긴 하지만 무엇을 ‘K-명상’이라고 할 것인가? 사적인 자리에서 이
야기는 있지만, 학술적으로 아직 아무런 논의가 없는 상태이다. 과연 K-명
상을 배우기 위해서 외국인이 한국에 관심이나 가질까? 이런 질문에 대답
을 해보자. 아직은 K-명상에 대한 구체적인 형태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
하고 있다. 만약에 이것을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K-명상은 그 정체
성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선 먼저 K-명상이 아닌 것들을 열거해보자.
그러면 오히려 K-명상이 분명하게 형태가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가령 위빠사나를 K-명상이라고 해야 하는가? 대답은 이렇다. 위빠사나
는 남방불교이고 남방의 명상이다. 우리는 ‘위빠사나’를 배우기 위해서는
태국과 같은 남방지역으로 간다. 그러니 위빠사나는 K-명상이 분명하게
아니다. 그러면 ‘마음챙김’이 K-명상이 될 수 있는가? 이것 역시 아니다.
‘Mindfulness’의 번역어로 자주 사용하는 ‘마음챙김 명상’은 미국에서 역
수입된 미국산 상품이다. 기존의 다양한 동양의 명상을 무단으로 가져다
가 상품화시킨 MBSR이니 MBCT와 같은 프로그램들이다. 이것 역시 K명상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러면 ‘옴 마니 반메 훔’은 어떤가? 이것은 분
명하게 티베트인들이 중시하는 명상이다. 티베트를 방문한 사람들은 바
위나 마을 어귀, 여기저기에 적힌 ‘옴 마니 반메 훔’이란 티베트 말을 잘 기
억한다. 그러니 이것 역시 한국적 명상, ‘K-명상’이라고 딱 말할 수 없다.
이렇게 하나씩 정리하여 놓고 보면, 과연 무엇을 K-명상, 한국적인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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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명상방법이라고 할 것인가? 다시 말하면 오랫동안 한국 땅에서 한국
민과 함께해 온 정신적 유산으로서 명상법은 무엇인가? 대답하기가 쉽지
가 않지만 그래도 주변을 살펴보면 대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염불
(念佛)’과 ‘간화선(看話禪)’이다고 말할 수 있다. 사찰을 가거나 주변을 보
면 쉽게 ‘염불’과 ‘간화선’을 수행하는 이들을 발견하고 만날 수 있다. 가
장 흔한 그만큼 고유한 방식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물론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행은 역시 호흡명상이다.1) 호흡명상
은 거의 모든 명상문화 속에서 발견되는, 바로 딱히 어느 누가 소유권을 주
장할 수 없다. 오늘의 시점에서 한국에서 염불은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널
리 알려진 수행방법이고, 간화선은 출가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수
행방식이다. 이것들이 바로 K-명상이다. 이것을 제외하고 다른 명상법을
K-명상이라고 부를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간화선은 송대의
임제종에서 개발한 방식이라 한국적 명상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는가 라
고. 그러나 간화선은 오늘날 한국의 경우만 전승되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사실상 소멸된 상태이다. 혹독했던 조선시대의 억불정책에서도 천년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아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고유한 방식으로 토착화
되고 전승된 것이 바로 염불과 간화선이다. 그러니 이것이 K-명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염불’은 다른 외국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대중이 모여
서 함께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방식은 한국적인 고유한 방식이다. 물
론 티베트나 중국에서도 그리고 일본에서도 염불수행은 진행되는 까닭에
동북아시아의 공통성을 가진다. 반드시 한국적인 방식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반문도 있다.
그래도 부처님 명호뿐만 아니라 지장보살이나 관세
1) 조금 오래만 조사이지만, ‘불교사회연구소’에서 불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수행을 하는지를 조사했는데, 호흡명상이 염불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는 수행으
로 나타났다. <불교신문>, 2013년 9월 17일. 이후 수행 동향과 관련된 전반적 조사
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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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보살 등 대승보살을 중심으로 불교적 전통을 살린 한국적인 방식을 유
지한 점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보면 그래도 오늘날까지도 생생하게 전승되어온
‘간화선’이 가장 한국적인 수행법임에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필자는
‘간화선’을 ‘K-명상’이고, 대표한다고 말할 수가 있다. 적어도 K-명상이
란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면 ‘염불’과 ‘간화선’을 제외하고는 논의할 수가
없다고 본다. 여기서 염불의 영역은 제외하고 일단 간화선을 중심으로 ‘K명상이란 무엇인지’, 그 정체성에 대해서 간화선의 수행론이나 철학적 관
점보다는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좀 더 깊게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