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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3: 불성과 영성
불성/영성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
기사입력 2021-10-08 오후 4:47:00 | 최종수정 2021-10-08 오후 4:48:13        
연재(3)
불성/영성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

심리학은 마음의 이치[心理]에 관한 학문이다. 사전에서는 심리학을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한다. 곧 심리학은 행동을 비롯한 마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작용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렇게 정의된 경우는 심리학은 몸(=행동)/마음/사회라는 영역을 그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여기서 마음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감정, 사고, 판단, 기억, 갈망들과 의식과 무의식의 마음 현상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런 심리학의 정의라면 불성이나 영성과 같은 영적 건강이란 영역이 결여되어 있다.

심리학이란 의미의 psychology는 그리스어 psyche + logos의 합성어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psyche’는 ‘영혼’을 뜻하므로 고대의 심리학은 영혼을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때의 프시케(psyche)는 일상경험이 아니라 영적인 경험을 말한다. 프시케는 현대 심리학이 추구하는 과학적 접근과 비교하면 상당하게 종교적인 뉴앙스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심리학의 연구영역이 몸(=행동)/마음에서 벗어나 종교나 철학의 영역에 속하는 불성과 같은 영성으로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는 ‘심리’라는 개념을 일상에서 일어나는 ‘마음 현상’보다 초월적 의미가 강조된 ‘영성’이나 ‘본성’이란 의미로 사용하게 하곤 한다. 이때의 마음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세속적 의미가 아닌, 그 이상의 어떤 거룩함, 평화로움, 깨어있음과 같은 영적 체험으로서 불성을 말한다.

영적 영역을 강조하는 이런 경향은 오랜 동양적 심리학의 전통이다. 과학화된 심리학이 세속적 마음이 어떻게 일어나고 작용하는지 연구하는 데 집중한다면, ‘영성’ 심리학, 혹은 ‘초월’ 심리학, 혹은 ‘깨달음’ 심리학은 인간의 근원적인 신성하고 거룩한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테면 대승불교의 심리학을 대표적인 『대승기신론』에서는 ‘생멸심(生滅心)’과 ‘진여심(眞如心)’을 구분한다. 생멸심은 미혹에 의해 끊임없이 분별하여 고통을 일으키는 일상의 세속적인 마음이다. 진여심은 외적 환경을 초월해 있는, 참되고, 한결같고, 청정한 본래의 마음이다. 생멸심이 인연을 따라서 번뇌를 일으키는 중생의 마음이라면, 진여심은 인연을 따라서 한결같은 깨달음을 성취하는 영적인 마음이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바로 ‘영적(spiritual)’ 측면을 어떻게 이해하고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심리학이 과학이라면 그러면 심리학자들은 영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그 논의는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여 일률적으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영성과 관련된 새로운 경향의 심리학을 기존의 심리학파인 정신분석, 인지행동, 인본주의와 비교하면서 제4세력이라고 부르곤 한다. 하지만 Spirituality(불성/영성)의 개념이 몸/마음/사회에 기반한 기존 심리학파와 무관하게 전개된 것은 아니다. 이렇다 보니 Spirituality에 대한 접근 방식이 약간씩 학파마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 Spirituality 개념의 정립에 기여한, 이들 각 학파의 대표적 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정신분석에서 분파한 칼 융(Carl Jung, 1875-1961)의 견해이다. 프로이트는 Spirituality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영적 체험이나 명상경험을 퇴행과 같은 부정적 개념으로 해석하였다. 반면에 융은 원형(archetype)이라는 어떤 영적 원리를 인정하였다. 이때의 원형은 바로 집단적 무의식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으로 영적인 자기이다. 이런 자기(self)의 개념은 인도의 아트만(Atman)이란 개념에서 영향을 받았다. 칼 융에게 있어 자기(self)는 정신의 전체성이고, 참 본질로서 초월적 요소이며, 초월적 자아로서 자기 인격의 궁극적인 개별적 자아이다.(Len Sperry and Edward P. Shafranske ed.(2005), Spiritually Oriented Psychotherapy,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p.53.)

물론 융에게서 ‘자기(Self)’는 마음의 내적 역동에서 드러난 프로이트의 자아(ego)와는 다르다. 프로이트의 자아는 현실적 적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추동(id)나 초자아(super-ego)와 대비되는 마음의 구성물로서 자기(self)이다. 칼 융은 신체[身]는 감각과 정서로 구성되고, 마음[心]은 생각과 개념들로 구성된다면, 영혼[靈]은 제3의 관점으로서 이것들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융은 영혼을 의미하는 soul과 정신 혹은 마음으로 번역되는 psyche와 동의어로 함께 사용한다.

심리치료적 관점에서 보면, 세속적 자아가 고통받고 있을 때, 융은 자기라는 ‘작은’ 자아(ego)가 아닌 보다 ‘초월적’ 영혼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이때 치료자는 영혼을 찾도록 돕는 조력자의 위치에서 고통받는 영혼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목사의 아들이었지만 융은 프시케를 종교적이거나 신학적 의미로 확대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그런데 그는 좁은 의미의 자아가 초월적인 영적 경험을 하게 되면, 두렵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경외감과 함께 강력한 황홀감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점은 칼융의 분석심리학이 영적 심리학과 종교적 체험의 그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영적 영역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통합은 필요하지만 과연 이게 효과적인 접근인지는 논의의 대상이다. 반대로 종교적인 접근은 심리학의 독립된 영역을 해손시킨다는 점에서 역시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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