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이란 말이 기독교 신학적인 의미로 본격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AD 5세기경으로 추정된다(한국교회사연구소, 『한국가톨릭사전』제9권, 625~626). 그 기원은 고대 그리스 이전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것으로 짐작된다. 보편적 심성의 영역에서 보면, 영성이 기독교의 독점적 용어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기독교 신학적인 의미부여는 기독교의 고유한 영역의 한 모습으로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긴 하지만 보편적 의사소통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영의 본체, 영의 성질, 영의 체험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이부영(2005), 「오늘날 영성은 정신과 영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지정토론」, 『사회정신의학』제10권 제2호, 대한사회정신의학회, p.84.)
사실 영성은 ‘spirituality’의 번역어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볼 때, 영성과 가장 가까운 개념은 ‘신령스런 본래의 성품[靈性]’, 곧 본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영성, 신령스런 본래의 성품은 무엇인가?
spirituality의 어원은 호흡, 용기, 생명을 의미하는 라틴어 spiritus이다. 이 말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려는 개인적 탐색과 관련되어 있으며, 초월적 존재를 포함할 수도 있고,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개념은 시각에 따라 조화와 전체성, 궁극적 관심, 삶에 대한 내적인 태도와 공감, 거룩한 깨달음, 초월 경험, 차이에서 비롯된 동질성, 창조적인 성장과 본질을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함축한다.(Marsha Wiggins Frame(2003), Integrating Religion and Spirituality into Counseling, Brooks/Cole Press, pp2-33. 특히 저자는 영성의 문제를 자아초월심리학과 연결시켜서 종교와 상담이나 심리학을 통합하는 최근의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필자는 초월적 존재를 인정하는지에 따라서 영성에 대한 관점을 크게 세 종류로 구별한다. 먼저 초월적 존재를 수용하는 기독교적 관점,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종교학적 관점, 초월적 존재를 설정하지 않는 불교적 관점이 그것이다.
첫째로, 기독교인이라면 반드시 초월적 존재인 신과 관련된 용어로 영성을 정의할 것이다. 이를테면 영성은 신학의 주된 주제로서, 초자연적 삶의 본질, 그리스도교인의 성품과 덕성, 이런 자질의 성장과 발달을 내포한다.(Michael Downey(1997), Understanding Christian Spirituality, Paulist Press, 18-45.)
둘째는 철저하게 종교 일반에 통용되는 개념으로 정의하는 경우이다. 영성이란 명백하게 눈에 보이는 세계를 포함하여 여러 차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인식, 비인간화되는 힘 앞에서 개인의 온전성을 추구하는 노력, 궁극적 가치를 향한 인간의 진실한 노력 등으로 이해된다.
셋째 불교적인 관점에서 영성은 결국 부처의 성품[佛性]과 다른 개념이 아니다. 영성은 깨달음의 본성으로서 어리석음과 탐욕에 가려진 자신을 온전하게 발견하는 전체적인 작용이다. 때문에 절대적인 존재나 이념을 전제하지 않고, 현실 속에서 삶의 완전성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 방식의 정의는 나름대로 유용한 특징과 그 자신의 입장을 잘 표현하고 있다. 기독교적 입장이 신과 관련된 것이라면, 종교학적 입장은 다양한 종교를 포섭할 수 있는 폭넓은 개념틀을 마련하고 있으며, 불교는 영성을 인간의 내적 자질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첫째는 평범한 세속적 측면을 초극하려는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간에 대한 긍정성, 혹은 완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며, 마지막으론 존재론적 해석보다는 영성을 궁극적인 것에 대한 경험과 그 수행의 과정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불성과 영성의 개념은 인간의 근본적인 웰빙(well-being)과 연결되며, 바로 이 점에서 심리치료나 상담의 영역과도 서로 소통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본다.
*출처: 인경스님, 2012, 『명상심리치료』, 명상상담연구원.
....수정보완하여 여기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