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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2): 유식불교와 서구심리치료의 통합
-유식 삼성설 모델과 인지행동치료
기사입력 2021-07-15 오후 3:03:00 | 최종수정 2021-07-15 15:03        
연재(12): 유식불교와 서구심리치료의 통합
-유식 삼성설 모델과 인지행동치료

Ⅲ. 분별 집착의 문헌적 이해
4. 인지행동치료(CBT)와의 통합적 이해

3) 영상관법과 인지도식

현재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나 스키마가 인간의 심층에 존재한다는 가설은 동서양에서 오래된 사유방식이다. 이것과 관련된 인지구조로서 도식에 관한 이론은 현재에 나타난 사고나 신념이 과거에 학습된 ‘선행요인’과의 직접적으로 관계되었음을 강조한다. 이것을 유식 불교의 종자설이나 제8식의 알라야 연기설에 상응한 관점이다.

이를테면 이런 관점에서 명상작업을 하거나 심리상담을 진행한다면 뱀의 비유에서 자신의 잠재적인 분별적 집착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하는 선행요인으로서의 종자를 발견하고, 그것이 현실 속에서 어떤 패턴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유지 발생되고 있는지 하는 유지요인을 조사하는 일이 핵심이 된다.

이런 유식불교의 종자설과 유사한 개념은 인지치료에서는 ‘인지도식’이란 개념이다. ‘인지도식’에 대한 집중은 A. Beck에 의해서도 언급되었지만, Jeffrey E. Young 등에 의해서 인지치료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체계화되고 있다. 인지치료가 증상의 정도가 깊지 않은, 어느 정도 문제의 해결능력이 있는 지적인 사고가 가능한 내담자나 환자에게는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기질적으로 취약성이 깊고, 만성적인 '성격장애'의 내담자나 치료적인 관계를 거부하고 어린 시절에 학습되어야 할 적응적 인지도식을 개발시키지 못한 환자에게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가진 환자를 위해서 개발된 것이 바로 ‘스키마 테라피(Schema Therapy)’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스키마인가? 그것은 ‘감정, 인지, 감각으로 구성된, 자신 및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견고한 역기능적인 표상과 패턴’이라고 정의된다. 이 도식은 대부분 인생의 초기 발달단계에서 형성되며, 전 생애에 걸쳐서 반복된다고 가정한다.

새끼줄을 밟고도 뱀을 밟았다고 왜곡된 지각을 발생시키는 선행요인이 바로 ‘도식’이다. 과거 유년 시절에 겪었던 상처받은 경험과 비슷한 상황에서 심리적 도식은 활성화된다. 일단 심리도식이 자극되면, 어른이 된 현재의 시점에서도 당시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시 경험한다.

환자는 자신의 친숙한 도식을 계속적으로 유지하려 하고, 그것을 바뀌려는 시도에 두려워하며 저항한다. ‘그것은 분명하게 뱀이었다.’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현재의 감정은 늘 그랬던 것처럼, ‘정당하다’고 고집한다. 그는 당시의 현장에 되돌아가서 그것이 뱀이 아니라 새끼줄이었음을 확인하는 상담자의 작업을 두려워하고 격렬하게 저항할 수가 있다. 오히려 자신의 어둠 속에서 자신의 부정적인 인지 도식에 갇혀 지내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기까지 할 가능성도 있다. 유식에서 보면, 이것은 변계소집의 집착이다.

인지전략과 경험전략
변계소집성, 언어적 집착을 타파하는 접근방식은 제8식의 집착(알라야) 연기설에 의하면, 두 가지 관점에서 검토할 수가 있는데, 하나는 과거에 형성되어 ‘저장’된 종자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유식불교에서는 이것을 ‘현재의 경험[現行]이 심층의 종자/씨앗으로 훈습한다[現行熏種子]’라고 말한다.

인지치료에서는 신념체계나 인지도식을 형성되는 트라우마, 외상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현실 속에서 인연을 만나 자극을 받으면, 종자가 어떻게 ‘현재로 활성화’되어 나타나는지를 검토하는 일이다. 이것을 유식불교에서는 ‘심층의 종자가 현재에 활성화를 발생시킨다[種子生現行]’고 한다. 인지치료에서는 도식에 따른 대처행동이나 패턴방식을 의미한다.

만약 환자나 내담자에게 자신의 인지도식과 같은 종자를 확인하게 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고, 다음으로 현실 속에서 그것들이 현행하는 패턴이나 행동방식이 어떻게 인지도식과 종자를 영속적으로 유지하고 실체화시키는지를 알 수가 있게 한다면, 그래서 이런 ‘인지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면 환자는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키마에 대한 ‘인지전략(Cognitive Strategies)’은 유식불교에서는 종자의 훈습과 현행의 과정을 발견하는 것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런 인지전략에 기초하여, 변화를 적극적으로 촉발시키는 ‘경험전략(Experiential Strategies)’은 유식의 영상관법 수행에 해당되는 관점이다. ‘인지전략’이 장애를 발생시키는 인지구조에 대한 지적인 이해를 가져와서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유도한다면, ‘경험전략’은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재구화하는 작업이다. 이 기술들은 불교의 명상과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여주지만,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를테면 ‘인지도식의 타당성에 대한 논박’은 일반적인 불교의 문답이나 선종에서 보여주는 선문답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다. 선문답의 종국적인 목표는 고정되고 고착된, 변계소집의 언어적인 분별과 관념의 감옥을 깨뜨리는 논박의 부정적 방법을 선택한다. 그러나 심리도식치료는 인지적인 작업보다는 경험적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명상적인 작업이다.

영상관법과 이미지 작업
스키마 치료의 가장 특징적인 작업은 필자가 보기에는 ‘이미지/심상 작업(imagery work)’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것 역시 유식불교의 ‘영상관법’과 매우 상통한 측면을 가진다. 영상관법은 심층의 종자/씨앗과 연결된 닮은 영상을 현재에 떠올려서 관찰하는 명상기술이다.

이것은 일종의 이미지 노출작업으로서 제1단계에서 문제가 되는 도식/집착된 종자와 관련된 어린 시절의 영상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떠올려서, 제2단계에서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판단을 멈추고 통찰하는 명상작업을 진행하고, 제3단계에서는 어른인 현재의 상황에서도 작동하는 문제와 연결시켜서 좌절된 정서적 욕구를 개선시키거나 현실문제를 해결하는 인지행동 작업을 병행한다.

영상관법에서 영상이란 『해심밀경』에 따르면 ‘마음에 떠오르는 영상은 거울 표면에 나타난 이미지처럼, 결국은 오직 종자/씨앗에 의해서 현재에 현현된 마음의 대상’일 뿐이다.

이때 영상관법의 절차는 먼저 첫째로 심층의 대상을 알아차림[sati, 念]하고서, 둘째는 마음의 평정인 분별이 없는 영상[無分別影像]의 사마타(samatha)에 의한 집중과
더불어서 셋째는 사마타에 기초하여 떠오른 대상 영상에 대한 분별있는[有分別影像] 위빠사나(vipasyana)를 닦게 된다. 그럼으로써 영상 이미지가 실제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다만 마음의 작용에 의한 환상이고, 그 본질은 공이고 허망이며, 내게 더이상 상처가 될 수 없음을 통찰하여 경험한다.

스키마 치료의 이미지/심상 작업은 필자가 보기에는 프로이트의 ‘자유연상법’이나 칼융의 ‘적극적 명상법’의 전통을 계승한 방법과 기능을 가진다고 판단된다. 정신분석은 무의식을 탐색하는 방법으로 자유롭게 관련된 주제를 연상하면서 억압된 무의식을 발견하는 작업이고, 칼융의 적극적 명상법은 자유연상법과 유사한데 적극적으로 무의식적 이미지를 만나고, 뿌리 깊은 개인적 문화적인 원형을 탐색한다.

스키마 치료에서는 이미지 작업은 어린시절에 형성된 부적응 도식을 스스로 발견하게 하고 현재에로 연결시키는 심리치료적 작업이다. 이들이 서로 그 이론적인 기반이 서로 다르지만, 현장에서 이미지/영상 등을 활용하여 그것에서 벗어남을 목표로 한 점에서 진행하는 형태나 절차가 매우 흡사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뱀의 비유처럼 치료의 상황에서는 환자는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앉아있지 못하고, 일어나 밖으로 도망갈 수도 있다. 이때 기술적으로 ‘안전한 장소’의 이미지(safe-place imagery)를 설정하는 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자는 일단 부정적인 정서와 패배적인 세계관으로 말미암아 자아가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영상관법의 경우도 종종 직면해야 하는 전장에서 퇴패하여 스스로 좌절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영상관법은 호흡명상이나 몸느낌관찰 명상과 함께 진행하고 이들에 대한 연습이 이루어진 이후에 실시하기에 대체로 마음의 안정감(禪定, safe-place)을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심상을 활용한 양자의 통합과 그 차이점에 대한 상세한 현황은 임상적인 실험에 의한 연구가 필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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