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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6): 유식불교와 서구심리치료의 통합
기사입력 2021-05-04 오전 11:08:00 | 최종수정 2021-05-04 11:08        
연재(6): 유식불교와 서구심리치료의 통합
-유식 삼성설 모델과 인지행동치료

체스게임 비유

세 종류의 자기를 수용전념치료(ACT)에서는 체스게임에 비유하곤 한다. 검정색과 하얀색의 체스가 있고, 이들은 보드 위에서 게임을 한다. 보드 자체는 부정적인 생각을 나타내는 검은색의 체스도 아니고, 긍정적인 생각을 나타내는 하얀색의 체스도 아니다. 그러면서 바탕으로서 보드는 게임을 가능하게 하는 판 자체로서 플랫폼, 맥락이다.

맥락은 게임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튼튼한 ‘장소’를 제공한다. 이런 맥락적인 자기로 인하여, 검정과 흰색 체스의 ‘개념 자기’와 현실에서 게임규칙에 따라 게임을 운영하는 ‘과정 자기’가 유지된다. 플랫폼으로서 맥락에 대한 자각/깨달음은 수용전념치료에서 개념화된 자기로부터 벗어나는 탈융합(cognitive defusion)/해탈(vimoka)의 중요한 길목이 된다.

물론 각각의 단계들은 서로 다른 접근방식이 요청된다. 집착된 개념적 자기는 ‘무엇이 나의 문제인가’라는 관점이기에 상담을 통해서 그것의 내용을 탐색할 수가 있다. 반면에 과정적 자기는 ‘인연이 되는 그곳에 무엇이 존재하는가’하는 관찰하는 명상(Mindfulness)을 통해서 현재에 접촉하게 할 수 있게 하며, 마지막 맥락적 자기는 체스게임과 같은 비유법을 활용한 간화선과 같은 ‘진정한 나는 무엇인가’라는 ‘문답법’이 유용하다.

간화선에서 ‘당신은 누구죠?’라 든지 혹은 ‘무엇이 나인가’하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곤 한다. 물론 이런 질문은 반드시 간화선의 방식이라곤 하기엔 무리가 있다. 거의 모든 문화에서는 나타나는 인간의 고유한 특질을 나타낸 질문인 까닭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서 ACT에서는 맥락적 자기로서 대답한다(9. Jason B. Luoma, Steven C. Hayes, Robyn D. Walser, 2007, P.109.)

이것을 대개가 체스게임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이것의 문답 사례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T: 여기에 체스 보드가 있다. 체스는 하얀색이 있고 검정색이 있다. 이들 체스는 왕이 있고 여왕이 있고 귀족도 있고, 성주도 있고, 병사들도 있다. 하얀색의 체스는 당신의 긍정적인 생각이나 긍정적 느낌이나 좋은 기억들이다.

반면에 검정색 체스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부정적인 느낌들이나 기억들이다. 이들은 보드에서 싸우고 있다. 당신은 이런 상황을 당신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가 있습니까?
C: 그래요. 마치 나 자신과 같아요. 나는 지금 내부에서 늘 전쟁중입니다.

T: 검정색 기사가 공격합니다. “당신은 나쁜 엄마입니다.” 그러자 하얀색 여왕이 “나는 나의 아이들을 잘 돌볼 것입니다.” 또한 다른 검정색 귀족이 “실제로 당신의 남편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그러자 하얀색의 기사가 “나는 떠날 거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검정색의 여왕은 “아니, 너는 어디에도 갈 수가 없어. 결국은 다시 돌아올 걸.”라고 전쟁은 계속됩니다.

C: 그래요. 맞아요. 정확하게 나의 이야기예요. 나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이 전쟁은 계속될 것만 같아요.(10. Patricia A. Bach, Daniel J. Moran, 2008, p.198.)

T: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너무 오랫동안 당신은 자신과 싸워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체스가 아닐 가능성을 찾아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전쟁을 멈출 수가 있잖아요. 이 비유에서 당신의 생각이나 느낌은 보드 위의 체스와 같습니다. 당신은 누구죠.
C: 체스?

T: 어떻게 당신 자신과 당신의 생각과 느낌이 동시에 체스일 수가 있죠? 당신은 당신의 차를 가졌지만, 차가 당신이 아닌 것처럼, 당신은 당신의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처럼 당신은 누구이죠?
C: 게임하는 사람?

T: 우리는 지금 당신이 어떻게 게임하는 사람이 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언제 당신이 체스를 움직이려하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좋아요. 당신은 게임하는 사람 이외에 당신은 무엇일 수가 있죠?
C: 보드?

T: 네, 맞아요. 바로 그렇습니다. 보드가 없이는 체스들은 체스로서 기능할 수가 없습니다. 보드는 체스를 가지고 있고, 체스가 체스일 수 있도록 그 맥락을 제공합니다. 이상한 질문처럼 느낄 수도 있겠지만, 당신의 생각은 당신을 떠나서 존재할 수가 있습니까?
C: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T: 그래요. 만약 당신이 보드가 된다면, 당신은 전쟁을 관찰할 수가 있습니다. 당신이 체스가 된다면 그 전쟁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11. Robert D. Zettle, 2007, p.150.)

여기서 ‘당신은 누구인가요?’ 하는 질문에, 고객은 ‘체스 → 게임하는 사람 → 보드’의 순서대로 대답한다. 이 순서는 정확하게 변계소집성/개념자기의 집착, 의타기성/과정자기의 관계, 원성실성/맥락자기의 진실이란 절차와 일치한다. 체스는 모양과 형상으로서 개념적인 관점으로 변계소집성을 말한다면, 체스를 움직이고 그것에 집중하여 게임을 하는 것은 의타기성, 반면에 체스판 자체는 진실한 원성실성을 가리킨다.

이런 비유적인 문답은 심리상담에서 유식삼성설이나 수용전념치료의 세 개의 자기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여 준다. 우리는 환자나 내담자에게 ‘당신은 누구인가?’라든지 혹은 ‘무엇이 나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이것은 ‘체스’로서 생각이나 느낌의 ‘내용’을 묻는 질문이 아니고, 그것은 게임에 임하는 자신이란 관계로서의 의타기성을, 혹은 그런 생각과 느낌의 근거가 되는 ‘보드’로서 바탕 자체[體]를 묻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간화선의 창시자로 알려진 대혜종고의 문답에서도 발견되는 내용이다. 이때는 체스게임이 아니고 바둑게임이 등장한다. 이참정과 조대제는 자주 만나 바둑게임을 하는데, 대혜가 이 사실을 알고서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진다. ‘바둑이 흑백으로 나누어지기 전에 나아가, 바둑판을 다 흐트러뜨리고, 한 수를 놓는다면 어디에 놓을 것인지’를 묻는다(12. 대혜어록, 대정장48, p.924.).

이것은 체스게임의 비유와 너무나 닮은꼴이다. 바둑알은 느낌이나 생각 혹은 기억들이다. 이것들은 서로 엉키어서 영역을 다투는 전쟁을 치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참으로 ‘나’가 아니라면 어떤 것이 ‘나’인가? 이런 생각과 감정을 일시에 쓸어버리고 한 점을 놓는다면 어디에 놓을 것인가? 이런 질문은 우리를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이동시켜 놓는다.

우리가 종종 살면서 우울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러면 특정한 개념적 자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이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통제적인 혹은 회피적인 활동을 한다. 행동주의자처럼 기존 행동을 수정하여 보기도 하고, 인지치료자처럼 고정된 생각이나 집착의 신념을 바꾸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도 하고, 아니면 공감을 앞세우는 인본주의자처럼 자존감을 높이는 작업도 한다.

우리는 이런저런 작업을 해본다. 물론 크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종종 이런 작업들이 오히려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가 있다면, 뭐가 나지? 한번 자신에게 절박하게 근본적으로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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