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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3): 유식불교와 서구심리치료의 통합(-유식 삼성설 모델과 인지행동치료)
기사입력 2021-04-13 오후 2:21:00 | 최종수정 2021-04-13 14:21        
연재(3): 유식불교와 서구심리치료의 통합
-유식 삼성설 모델과 인지행동치료

2. 마음의 세 측면

새끼줄 비유
간단한 요약만으론 유식 삼성설 모델과 그것의 심리치료적인 함의를 다 충분하게 이해할 수 없다. 집착, 연기, 진실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들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밝혀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섭대승론』에서는 유식 삼성설을 다음과 같은 유명한 비유로서 설명한다.

‘어떤 두 사람이 어두운 밤길을 가다가 그 중한 사람이 새끼줄을 밟았다. 순간 그는 뱀으로 착각하여, 놀람과 공포로서 옆 사람을 껴안았다. 옆에 있던 사람이 아닌 것 같다면서, 후레쉬로 비추었다. 그것은 새끼줄이었다.’ 이 비유를 삼성설 모델로서 다시 설명하여 보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잘못된 착각으로 존재한다고 인식된, 뱀은 변계소집의 상징이다. 의타기성은 뱀이란 잘못된 인식을 발생시킨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것은 조건에 따라 연기하는 현실로서 새끼줄이다. 물론 이 새끼줄도 역시 진실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새끼줄의 본질은 짚이다. 이 짚이 본래의 질료로서 원성실성을 상징한다. 이런 비유와 함께 유식 삼성설은 세 가지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가 있다.

첫째는 먼저 존재론적인 관점이다. 뱀, 새끼줄, 짚은 사물의 존재를 나타낸다. 여기의 상황에서 뱀은 착각으로 결코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 아니지만, 내담자/환자는 실재라고 고집을 피운다. 새끼줄은 현실적 존재로서 인정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이것 역시 인위적으로 문화적인 전통에 의해서 성립된 가립된 존재[假有]이다. 새끼줄의 진실은 결국 ‘짚’이라는 사물이다. 물론 이것도 역시 영원한 질료는 아니다.

두 번째의 시각은 인식론의 관점이다. 인식론의 관점에서 보면, 비록 잘못된 오류이지만 확실하게 뱀은 인식의 결과이다. 이런 결과는 인식의 대상으로서 새끼줄에 대해서, 주체적인 발바닥의 감각기관을 수단으로 하여 의식[識]이 그곳에 접촉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여기서 외적 대상과 신체의 감각이 접촉되는 순간 바로 그때 의식이 작용함으로써 ‘뱀’이란 인식이 성립된다.

그런데 문제는 함께한 옆의 친구는 어찌하여 뱀이란 인식작동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연기하는 현실적 조건이나 기질이 서로 달랐기 때문일 것이고, 뱀이란 인식은 의식의 깊은 심층에 잠든 종자/언어가 의식의 표층으로 현행하여 뛰어나왔을 것이다.

세 번째의 관점은 이런 인식의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승보살의 명상수행(瑜伽行)이 요청된다. 옆에 있던 사람이 “뱀이라고! 한번 자세하게 살펴보자.”고 하여, 후레쉬를 비추어서 관찰하는 명상작업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여 그것은 뱀이 아니라 새끼줄임이 밝혀짐으로써, 공포와 두려움의 감정은 사라진다. 이제 집착으로부터 원래의 평상심에 도달한다.

그런데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는 깊은 오랜 뿌리가 있다고 보아서 상담이 요청된다. 뱀을 밟은 내담자의 놀란 행동과 두려운 감정을 상담자나 선지식에 의해서 소멸되는 방식은 바로 유식의 삼성설을 의식의 성장, 깨달음에로 나아가는 ‘명상상담’의 과정으로서 이해한다.

여기서 명상상담이라고 할 때, ‘명상’은 휘레쉬로 대상을 비추는 직면의 작업이고, ‘상담’은 놀람을 염려하여 함께 살펴보고 새로운 행동을 탐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들의 관계는 고통의 집착(뱀)은 연기하는 현실(새끼줄)에로, 연기하는 현실(새끼줄)에서 고통을 떠난 진실(짚)로 의식의 진행 과정이다. 이들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함께 융합되어야 효과적인 치유와 성장이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본 연구는 유식의 삼성설에 대해서, 명상과 심리치료의 통합을 위한 다음과 같은 작업가설을 내세운다.

첫째,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은 보살도의 실천단계이며, 동시에 의식의 성장으로서 명상상담의 순차적인 치료단계를 의미한다.
둘째, 변계소집성은 내담자의 집착의 내용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었지를 밝혀준다는 점에서 고통과 고통의 형성과정으로서 사성제의 고(苦)에 해당된다.

셋째, 현실적 조건으로서 의타기성은 그 집착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출현하는지, 그 원인을 해명하는 교설로서, 고통의 원인과 조건인 사성제의 집(集)에 상응한다.
넷째, 원성실성은 명상을 통해서 집착과 그 원인을 분석하고 통찰할 수 있는 기법이며, 내담자를 본래 완성된 진실로서의 궁극적이고 건강한 마음으로 회복하게 하는 길로서, 사성제의 멸(滅)에 해당된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첨가하면 그것이 뱀이 아니라 새끼줄임을 확인하는 방법이고 본래의 가려던 삶의 올바른 가치 방향을 조정하고 앞으로 향하여 나아감을 의미하는 도(道)가 그것이다.

이와같이 유식 삼성설을 심리치료의 관점에서 보면 상담이나 치료란 집착의 변계소집성이 현실의 의타기성을 의지하여 원성실성으로 전환하는 성장과 깨달음의 과정이다. 물론 이것을 위해서는 번뇌와 그 번뇌가 발생하는 원인(苦集)을 규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심리적인 장애의 성격과 그 발생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것을 소멸시키는 길을 발견할 수가 없다. 집착의 소멸은 바로 연기가 드러남이요, 연기를 보는 일은 원성실성의 현존을 체득하는 일이다. 여기서는 범위를 좁혀서 일단 집착의 ‘변계소집성’을 중심으로 검토의 대상으로 하되, 분별과 사유라는 공통된 측면이 있는 서구의 인지행동치료와 비교하여 검토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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