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세 번째 남자가 빛을 남겨두고 도망 친 후 바다는 절박했고, 눈앞이 캄캄했다. 연로한 시어머니, 아픈 친정엄마, 두 아들과 먹고 살아야하는 부담감은 두 번째 남자를 버렸던 상황보다, 세 번째 남자에게서 버려진 당시의 현실은 훨씬 더 망막했고, 무어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막연함 그 자체였다. 바다는 건강도 건강이지만 아들이 집을 나가 버린 것도 눈치체지 못하는 치매에 걸려 벽에 똥칠하는 연로하신 시어머니와 아들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아서 꽤병 앓는 친정엄마, 그리고 한창 먹성 좋은 두 아들, 바다에게는 죽을힘도 없었다며 힘겨웠던 기억을 더듬어냈다.
바다는 또 다시 술장사를 시작했다. 400만원 보증금에 월 30만 원짜리 가게, 바다에게 술장사는 가장 손쉬우면서 밑천이 적게 들었고, 무엇보다 그녀가 타고난 음식솜씨가 예전부터 손님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처지라서 겁도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술장사도 50대 바다에게는 무리였다. 일수로 빌린 돈을 찍기 위해 손님 한 사람이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한 푼을 벌기위해 밤을 새웠던 바다는 오래지 않아 수면 부족으로 건강은 악화되었다. 바다는 하는 수 없이 술장사를 그만 두고 취직을 했다. 그 당시 바다에게 몸이 아프다는 핑계는 사치스런 허세라고 생각 되었다. 두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그녀는 한시도 편안하게 쉴 수가 없었다. 가진 돈도 없었지만, 쉽사리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바다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보험판매사원으로 취직을 했다. 두 아들의 교육을 위해서 도둑질 말고는 무엇이든 겁나지 않았다. 장사하는 집에 가서는 보험소리도 하지 않고 가게를 도왔다. 손님이 많으면 손님이 없을 때까지 설거지를 해주었다. 주인들이 그제 서야 알고 두말없이 보험을 들어주었다. 바다의 꾸준한 성실과 끈기는 그녀를 보험 왕으로 만들었고 회사직원들은 바다가 누구인지 궁금해 했다. 그녀의 성격대로 “나는 외골수다.” 한 가지 일에 언제나 목숨을 걸고 성의를 다했다.
두 아들을 공부시키는 것은 바다의 마지막 의무이고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힘든 생활은 감기가 걸려도 6개월씩 지속되었고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았다. 바다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에 부치면서 어린 시절 폐렴이 다시 재발한 듯 고통스러웠다. 그동안 두 아들은 빚쟁이들을 피해 옮겨 다니면서 학교를 다녔고 공부는 전교에서 항상 1등이었다. 사춘기를 무리 없이 넘겨준 큰 아들은 00대학교, 둘째 아들은 00대학교를 졸업했다.
큰 아들은 00대, 걔는 세 군데나 합격을 했어요. 내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서 너는 등록금 없는 학교를 가라. 그러면 너 인생이 보장이 된다. 세무대학을 보라고 그랬더니. 걔는 세무대학 가고 싶은 마음이 요만큼도 없어요. 엄마가 원하니까 합격을 했는데 안 갔어. 그거 졸업하면 7급 공무원이에요. 둘째는 00대 나왔어요. 불어불문과. 부모가 있어서 진로를 정해주는 놈이 누가 있냐고, 나는 먹고 사느라 바쁘니까 스스로 후회하지 않게 스스로 알아서 가라. 다 맡겨 버린 거야. (상담 6회기)
지금도 바다에게는 두 남자들이 남겨주고 간 빚은 고스란히 남아있고, 여전히 신용불량자로 은행거래와 통장거래도 개설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계속
동진스님(명상상담평생교육원 교수/ 상담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