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치유 이야기

    동진스님 (명상상담 평생교육원 교수 / 상담심리학박사)

프롤로그

나는 오늘도 대중들과 함께하는 명상 시간을 통해서 행복한 영상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잠시 눈을 감고 호흡으로 몸과 정신이 편안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그리고 수식관을 통해서 6회의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였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과정은 살아온 관계와 흐름 속에서 제각기 다름으로 나타날 수 있겠으나 그래도 한해와 작별하는 12월 끝자락에서는 두 서 너 번쯤은 행복한 순간도 있으리라. 그것을 온전하게 2017년 정유년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의 행복을 그대로 이미지화하여 마음과 머릿속에 다시금 입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오늘의 명상은 ‘행복한 영상을 떠올려 그 시간과 장소로 돌아갈 수 있는 틈을 부여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5분이 경과한 후 순간적으로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기쁨명상을 했다.’ 대중들은 정말 시각장애인이 눈을 뜨듯이 눈을 번쩍 떴다. 모두가 행복한 모습으로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나는 이와 같은 행복명상을 통해서 2017년 정유년 한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행복하고 편안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명상심리상담에서 압도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앞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나에게 상담을 받았던 내담자가 실존적 고통을 시간, 공간 그리고 사회 상호간 형성에서 이루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화병을 경험한 6명의 내담자 대한 화병치유 이야기다. 이것은 나의 내담자들이 내게 상담을 요청했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그녀들은 서로가 다른 환경과 시간들 속에서도 너무나도 동일하게 배신감, 죄책감, 수치심으로 형성된 화병을 경험하면서 나타난 감정들이 분노와 우울, 불안을 동반한 정서적 신체적 고통도 함께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화병치유에 대한 근거를 명상의 핵심 부분인 영상관법을 활용하였다. 나의 내담자는 오롯이 60대에서 70대 여성노인이다. 그녀들이 살아오는 삶은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숨기고, 회피하면서 화병으로 변화된 출발이다. “나는 빚을 갚지 못한 도망자야” “나는 부인이 있는 남자의 첩이야” “나는 아이들이 다섯이나 있는 남자와 두 번째로 결혼한 재취야” “나는 못생긴 곰보라서 엄마의 눈길도 받지 못한 곰보딱지야” “나는 18세 때 성폭행 당함을 숨기고 결혼한 죄인이야” “나는 쌀 3가마에 팔려 시집을 갔다”라는 경험들을 호소했다.

이들은 마음속에 가두어둔 이야기들을 쏟아내면서 웃고 울던 모든 것들이 1차적으로 치유를

가져왔다. 그리고 고통스러웠던 이미지를 영상관법과 만나면서 거듭 치유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들과 이야기를 통해서 얼마나 많이 회피하고, 거부하고, 저항하고, 수없이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했는지는 상담자가 꼭 감수해야만 하는 과정으로 생각된다.

1. 바다의 이야기

누구나 한번쯤은 두려움의 공포에 시달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 자신이 많은 빚을 지고 갚지 못할 경우 길을 가다가 비슷한 사람만 만나도 깜짝 놀라 숨어버리거나 심할 경우, 빚쟁이가 갑자기 등 뒤 나타나 목덜미를 잡아채는 환영을 느낀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바다가 빚쟁이에게 시달리면서 환영에 시달렸던 이유는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사설학원 폐지” 명령으로부터 시작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