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의 스트레스와 학생 정서 문제 해결을 위한 명상의 역할을 모색하는 학술대회가 열려 주목받았다.
(사)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회장 손강숙)는 11월 8일 중앙승가대학교에서 '학교에서의 명상의 역할과 기능'을 주제로 2025년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중앙승가대 본관 4층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명상이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특히 제1세션에서 발표된 두 편의 논문은 명상을 학교 현장에 접목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해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권수희 광교고 교사는 '윤리와 사상 수업을 통한 마음챙김 훈련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명상을 접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권 교사는 한국 청소년의 정신 건강 위기 극복에 마음챙김이 기여할 수 있으며,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수업을 통해 마음챙김 훈련을 한다면 접근성과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윤리와 사상' 과목이 과목의 성격상 마음챙김의 주제들을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어 이질감 없는 명상 훈련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마음챙김을 불교 철학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사상과 연결했다는 것이다. 권 교사는 "마음챙김의 철학적 보고가 불교임은 틀림없지만, 마음챙김을 종교적인 접근으로만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며 Kabat-Zinn이 제시한 7가지 마음챙김의 태도(비판단, 인내심, 초심자의 마음, 신뢰, 애쓰지 않음, 수용, 놓아주기)와 동서양 사상의 연결 가능성을 탐색했다.
구체적으로 노자와 장자의 도가 사상,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의 고대 헬레니즘 사상, 공자와 이황의 유교 사상,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흄, 그리고 현대 실존주의 사상 등이 마음챙김의 태도와 연결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는 입시 중심의 한국 교육 현실에서도 철학적 깊이를 유지하면서 명상을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에 녹여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권 교사는 "'윤리와 사상' 수업 시간에 시도할 수 있는 5분 마음챙김 명상 예시안을 구상했다"며 "학교 전체에 마음챙김 훈련에 동참하는 교사가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경쟁적 분위기에 스스로를 닦달하는 학생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러한 시도로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고등학생의 전략적 자퇴에 의한 학업중단률도 낮아지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이 더 이상 경쟁에 스스로를 내몰고, 더 잘 경쟁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윤리와 사상' 교과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에서도 수업과 연계해 자연스럽게 마음챙김 훈련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선화 중앙승가대 강사는 논평에서 "불교적 전통에서 유래한 마음챙김 개념을 인문계 고등학교 윤리교육과 통합하려는 실험적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연구"라며 "입시가 중요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삶의 철학으로서의 마음챙김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날 오란주 오산중 교사(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행복수업연구회장)는 '진로 교사의 진로 역량 강화를 위한 교사 명상 프로그램 개발' 논문을 통해 교사의 내면 역량 강화가 학생 중심 진로교육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했다.
오 교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자기 인식, 정서 조절, 공감 능력 강화를 중심으로 총 4회기로 구성됐다. 각 회기는 명상 도입, 실습, 일지 작성, 나눔의 순환 구조로 이뤄져 명상 초보 교사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문가 집단의 내용 타당도 검토 결과, 모든 문항이 평균 3.6점 이상, CVR(내용타당도비율) 0.636으로 기준을 충족해 프로그램의 교육적 적절성과 현장 실행 가능성이 입증됐다.
오 교사는 "기존 진로교사 연수가 주로 정보 전달이나 상담 기법 중심이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명상을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온 비인지적 진로역량인 교사의 내면 성찰과 정서 민감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실천적 연수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진로교사의 실천적 역량을 지식과 기술의 숙련이 아닌 정서적 감수성과 공감능력의 차원에서 정의했다. "명상일지, 나눔 활동, 자애 문장 작성 등을 통한 자기 표현과 공유 경험은 교사의 내면 성장뿐 아니라 학생 진로 지도를 위한 감정 인식 및 공감적 상호작용에도 긍정적 전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는 진로교육의 '지도자 중심' 접근에서 '관계 기반' 접근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사는 이 프로그램이 단회성 강의를 넘어서는 경험 기반 학습을 구현함으로써 연수 내용이 교사의 일상적 실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향후 교사 연수의 내용 구성, 교원 전문성 평가 기준, 진로교육 정책 설계 시 정서 기반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평자로 나선 안세윤 건양대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는 "현장 적용 가능성이 높고 교사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시도"라면서도 "프로그램의 효과 검증과 명상 경험의 전이 과정을 다룬 후속 연구가 이어진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진로교육 모델로 발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 외에도 제2세션에서 강행원 원광대 교수가 'Mentalization과 Mindfulness'를, 장진영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장이 '심심풀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마음공부의 사회적 확산 방안을 발표했다. 각 발표에 대해 이필원 동국대 교수, 김은진 원광대 교수가 논평자로 참여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손강숙 회장은 총평에서 "교육 현장의 스트레스와 학생들의 정서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명상이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