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경스님께서 봉축법요식 때 하신 법문을 공유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
음력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그런데 사실은
부처님은
오시지도 않았고(不來)
그렇다고 가시지도 않았다.(不去)
이법문을 구산(九山)스님께 부처님 오신날에
처음 들었던 때가 20대이다.
그때는 앞이 꽉 막히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의하면
'부처님 오산 날'이라고 한다.
그런데 부처님은 오시지도 않았다고?
그렇다고 81세에 입적하신 역사적 부처님은
역시 가시지도 않았다고?
일상 언어적 습관과 정반대라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중에 용수(龍樹, Nagarjuna)의 중론(中論)을 공부하면서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걷는다. 누구는 여기로 가고 누구는 저기로 간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간다'는 것과 '온다'는 것은
무엇이 실체로서 존재한다면 일정한 공간을 점유한 까닭에
가능한 사건이지만,
그렇다 하여도
만약에 모든 것이
원인과 조건이라는 인연화합의 결과라면
실질적으로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없다는 말이다.
생사(生死)가 큰 일이긴 한데,
그렇긴 하지만
태어남{生}은 무엇이 태어남이며
또한 죽음(死)은 무엇이 소멸됨인가?
허공에
손뼉을 쳐보라.
그러면 소리가 난다.
어떤가? 소리는 왔는가, 아니면 갔는가?
소리가 왔다면 어디서 왔고,
갔다면 어디로 갔는가?
앞집에서 와서 뒷집으로 갔는가?
지금 소리는 어디에 존재한가?
본래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다면
비록 생사가 큰 일이긴 하지만 여기서 자유롭지 않겠는가!
그런 까닭에 태어남과 죽음은
우리의 진실한 실상을 그대로 속임없이
온전하게
잘 드러내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부처란 말인가?
오지도 않고 가시지도 않는 부처란 무엇인가?
지금, 이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대답을 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