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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 고려시대보다 정신적으로 더 행복합니까?”
기사입력 2023-02-28 오후 11:51:00 | 최종수정 2023-03-01 오후 3:09:51        

세상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마음의 질환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명상에서 향기치료까지 ‘마음 힐링’을 추구하는 여러 활동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월 1회 힐링과 치유 전문가를 만나본다. 편집자

“신라시대나 고려시대에 비해 현대인은 정신적으로 더 안락한 삶을 사는 걸까요?”

지난 1월20일 성북구 삼선동 목우선원 명상상담평생교육원에서 만난 인경 스님(67·목우선원장)이 던진 질문이다. 동방문화대 학원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인경 스님은 불교계의 대표적 학승 중 한 사람이다.

인경 스님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1980년대 중반 전남 순천 송광사로 출가했다. 스님은 이후 동국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성북동에 위치한 ‘인문사회예술 전문가’를 양성하는 동방문화대학원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동양의 명상’과 ‘서양의 상담’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연구와 현장 활동을 일관되게 해왔다.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이 더 행복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이전 사람들보다 정신적으로는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경 스님은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경쟁의 격화’다. “고도의 산업사회가 되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경쟁의 격화는 개개인의 삶에서 너무나도 빠른 ‘속도’를 강요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정보의 폭증’이다. “사회가 고도로 연결되면서 내가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가 넘쳐나고 거기서 전해져오는 불안감과 걱정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정보의 폭증은 또 “나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기도 한다.”

세 번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단절’이다.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유기적 관계 유지가 중요한데, 오히려 질적 측면에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외로움이 커진다.”

인경 스님은 이런 부분들로 인해 “화려한 물질문명의 뒷면에는 어두운 부분도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스님은 이런 어두운 부분이야말로 현대인이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고도기술적 물질문명이 더욱 화려해질수록 인간소외와 같은 어두운 부분도 점차 커진다.

“1950년대에는 우울증이라는 용어조차 일반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우울증이 ‘정신적 감기’라고 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인경 스님은 이렇게 정신질환 유발 요인이 늘어나면서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하거나 회복할 방법을 찾으려는 ‘치유나 힐링욕구’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인경 스님은 ‘치유·힐링’을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거나 불편한 압박감을 느끼는 분이 자신의 역량과 내적 면역력을 활용해 마음과 몸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혼자서는 어려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치료’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힐링·치유의 경우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명상을 통해 쉬거나 내부에 쌓인 것을 밖으로 표출하거나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인경 스님은 이 가운데 ‘쉼을 통한 치유’의 대표적 방법이 명상이라고 말한다.

‘깊을 명(冥), 생각 상(想)’의 명상은 “깊게 생각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치유 방법이다. 명상은 내면을 성찰하고 관찰함으로써 평화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인경 스님은 명상의 원류로 인도 갠지스강을 꼽는다. 이런 고대 인도의 전통이 불교를 통해 체계화돼 현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명상은 신라시대에 도입됐지만, 현대적 의미에서 정신 건강과 관련해 치유적 의미로 수용된 것은 1970년대 초 요가명상의 도입과 함께 비롯됐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 참된 자기를 탐색하는 방법으로 위파사나와 간화선 같은 명상적 토론을 중심으로 널리 대중화됐다. 그러다가 2000년 이후 마음 치료적 관점에서 현재 명상이 널리 퍼진 데는 존 카밧진(1944~ )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의 역할이 컸다. 카밧진 교수는 동양의 명상을 받아들여 동양의 명상과 서양의 과학을 결합한 뒤 매사추세츠대 병원에서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명상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이다.

인경 스님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심리학계, 의료계, 교육 분야 등에서 명상이 빠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교육 분야에서는 집중력 향상에 명상이 도움된다고 판단해 많이 받아들이며, 특히 심리 상담의 경우 오늘날 명상을 빼놓고는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명상이 널리 쓰이는 데는 명상수행 활동이 인간의 내적 성찰과 건강에 크게 기여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계속적으로 밝혀진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인경 스님은 “명상을하면 심신을 휴식하도록 유도하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특히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솔방울샘의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한다.

“눈 감고 마음 알아차리면, ‘응어리’가 밖으로 나와 해소돼”

목우선원에서 다도를 즐기는 인경 스님. “현대인이 고려시대에 비해 정신적으로 더 안락한 삶을 사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동양 명상’-‘서양 상담’ 연결 노력해와

“‘명상이 멜라토닌 촉진’ 과학으로 입증”

라벨링 명상 등은 30초 내 간단히 효과

우선 부교감신경을 살펴보면, 이는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과 짝을 이루는 신경이다. 척수의 중간 부분에서 나와 여러 내장기관에 분포하는 교감신경은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경우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동공이 확장되고 땀의 분비가 촉진되며 심장박동수가 증가한다. ‘준비 태세’가 되는 것이다. 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동공은 수축하고 땀 분비는 감소하며 심장박동수는 감소한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흥분된 마음과 신경이 안정을 취하고 잠들 수 있게 된다. ‘비축 태세’로 전환되는 것이다.

인경 스님은 “교감신경은 외부 대상에 반응하는데 현대 들어와서 외부 대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정보도 많아졌다”며 “현대인은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한다. 스님은 이어 “이런 상황이면 에너지가 쉽게 고갈된다”며 “오늘날 현대인은 명상 등을 통해 의도적이고 의무적으로 휴식을 취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상이 솔방울샘을 활성화한다는 점도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중요한 부분이다. 중뇌와 간뇌 사이에 있는 솔방울샘은 멜라토닌을 만들고 분비하는 곳이다. 멜라토닌은 질 높은 수면을 유도하고 면역력이 강화되도록 돕는 호르몬이다. 또 수면 중에 성장호르몬이 잘 나오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인경 스님은 “최근 신경의학계 학자들이 명상 상태에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찍은 결과, 명상과 솔방울샘 활성화의 관련성이 확인됐다”며 “명상하면 업무의 집중력 강화와 노화 방지, 그리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숙면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경 스님은 명상의 장점으로 입증된 과학적 효과와 더불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편리성을 꼽았다. 스님은 “명상은 인간의 생명 유지 활동의 기초인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따라서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인간은 생각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을 멈추는 제일 좋은 방법이 호흡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동안은 딴생각이 안 일어납니다.”

이렇게 편리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면서 스님들이 절에서 하는 것으로 인식됐던 명상이 현대인을 치유하는 가장 간편하고 친근한 힐링 기법으로 널리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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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스님의 ‘알·머·지 명상’

오랫동안 명상을 연구하고 지도해온 학자이자 승려인 인경 스님은 자신의 명상법을 ‘알·머·지 명상’으로 체계화했다. 알·머·지는 ‘알아차리고, 머물고, 지켜본다’를 줄인 말이다. 이 알·머·지의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의 마음이다.

스님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에 긴장이 오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통증이 심해야 자각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는다”고 한다.

또한 많은 사람이 통증을 느끼게 되면 그것에서 도망가려 한다.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거나 게임에 빠지거나 약을 먹는 것 등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런 ‘도망 방식’으로는 스트레스나 통증 해소가 어렵다.

이에 따라 알·머·지 명상은 자기 몸의 통증 등을 알아차리는 데서 출발한다.

1단계는 몸을 편한 상태로 유지한 채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코끝이나 아랫배에 ‘기준점’을 설정하고 그곳에 집중한 채 들숨과 날숨을 느끼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렇게 호흡에 집중하면서 자기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듯 느끼며 통증 등 응어리진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응어리 감각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그 감각에 머물면서 충분히 느끼도록 한다. 이렇게 머물면서 통증 등을 지켜보면 그 감각이 차차 해소되고 평정심으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인경 스님은 “응어리진 것은 사실상 억압된 것”이라며 “그것을 알아차리고 충분히 머물며 지켜보면 그 응어리진 것이 바깥으로 흘러나와 소멸된다”고 말한다.

스님은 “명상이 소극적인 치유 방법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며 “하지만 명상은 자기 내면을 충분히 알아차리고 경험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창조적인 통찰 행위”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알아차림의 대상을 ‘몸느낌’이 아닌 ‘감정’으로 삼아도 좋다고 설명한다. 라벨링(이름 붙이기) 명상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슬픈 마음이 느껴지면 소리내어 “슬픔이여”라고 외치는 방법으로 슬픔이라는 마음속 응어리를 해소해 슬픔에서 빨리 빠져나오게 한다고 말한다.

스님은 “라벨링 명상은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꼭 좌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시간도 30초 이내에 감정을 느끼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한겨례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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